사랑하는 새라에게
나와 결혼해 주겠어요? 자꾸 말끝을 흐린다고 뭐라하셔서 용건 먼저 말해보았습니다. 이미 날을 다 잡아두고 프로포즈가 무슨 의미 인가도 싶지만 새라 말 처럼 평생 한번 할 수 있는 이벤트라 대단하지는 못해도 어떻게라도 꼭 챙겨주고 싶었어요. 다만, 이미 한집에서 같이 살고 있다보니 몰래 뭘 할 수도 없고 이미 다 눈치 챘겠지만 소소하게 편지로 대신 해 봅니다. 너무 시키는 대로 잘 하지요? 앞으로도 더 잘하겠습니다.
어느 덧 우리가 만나지 2년 하고도 7개월이 지났네요. 그리고 드디어 일주일 후면 정식으로 식을 올리네요. 올해 초에 날을 잡을 때만 해도 언제 이 시간이 오나 했는데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버렸네요. 그간 여러가지 어려운 결정들을 하고 많은 일들을 처리한다고 정말 고생 많았어요! 너무 수고 했고 참 잘했어요. 역시 우리 새라는 이쁘고 섹쉬하고 똑똑하고 현명합니다. 지금까지 함께 해온 것 처럼 앞으로도 서로 잘 해나갈 거라 굳게 믿어요.
예전에는 여기에 겨울에 왔던 것 같은데 지금은 무더운 여름에 비까지 오네요. 사실은 맑은 하늘에 낙조를 보고 싶었지만 비오는 날 시원한 차안도 나쁘지는 않죠? 세상사는 늘 이처럼 마음 대로 안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앞으로 우리 앞길에도 맑은 날도 있고 비오는 날도 있겠지만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서로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프로포즈 기념수(?)는 피어리스로 선택했어요. 사철 푸른 잎을 볼 수 있고 잘 기르면 여름에는 흰 꽃과 열매도 난다고 합니다. 열매는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커피나무 처럼 언제가는 잘 자라서 열매를 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또, 꽃말이 ‘행운’ 이라고 하는데 나에게 온 행운 같은 새라 처럼 우리집에 늘 행운이 가득하면 좋겠네요. 피어리스 잘 부탁합니다.
사랑하는 새라, 큰 일을 앞두고 여러모로 많은 생각과 두려움도 있겠지만 그 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수 많은 일들이 우리 앞을 기다리고 있어요. 가끔 나도 걱정스러움이 있을 때가 있지만 앞으로 우리의 밝은 앞날을 생각하면 걱정은 다 사라진답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나, 너 가 아닌 우리라는 이름으로 하나되기 때문이겠죠. 우리 행복한 일은 나누고 어려운 일은 서로 기대며 알콩달콩 행복합시다. 그리고 새라의 바램 처럼 이쁘게 같이 늙어요.
그럼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물어요. 사랑하는 새라 나와 결혼해 주겠어요?
7월 마지막날 세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