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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헐 – 근래 보기드문 망작

원래 좋지 않은 평가는 글로 잘 남기지 않는 편이라 굳이 시간을 들여 포스팅하지 않지만 요즘 훈련하고 있는 글쓰기를 위한 좋은 소재라 생각되어 영화<터널>에 대한 평가를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아래부터는 영화<터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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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헐, 헐

영화를 보는 내내 입에서 나온 단어 헐. 도저히 몰입되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 너무나 공감되지 않는 상황 설정 거기에 정말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은 내용조차 실망스러웠다. 이 앞에 본 한국영화 두 편이 모두 만족스러워서였을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본 <터널>은 그 기대감마저 만족 못 시키고 영화를 보는 2시간 내내 나를 고역스럽게 만들었다.

연기력

영화는 정수(하정우 분)가 터널을 지나가다 붕괴사고가 일어나 터널에 매몰된 후 이를 구출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정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므로 정수를 연기한 하정우의 연기가 영화의 9할을 차지할 수 밖에 없다. 온라인상에 보면 하정우의 연기에 대해 칭찬 일색인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영화 중간중간 극한 상황에 몰린 인간으로서의 고민의 장면이 몇 번 나오는데 빛도 거의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어쩜 그렇게 멀쩡한 정신으로 버틸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정수의 아내는 배두나가 연기 하였는데 배두나를 보는 순간 얼마나 영화가 하정우 한 명에 포커스 되어 마케팅되었는지 새삼 실감하였다. 본인이 아무리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없었다지만 배두나가 나오는 영화를 보다니 이건 순전히 본인의 실수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인물인 사고 대책반의 구조대장 대경(오달수 분). 최근 한국영화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정말 많이 나오는 조연인 오달수 씨. 아무래도 너무 많이 나온 듯하다. 정말 열심히 하지만 왠지 영혼이 빠진 듯한 느낌이랄까? 이전 다른 영화에서처럼 코믹한 설정이 아니어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좋은 연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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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영화<터널>은 소재원 작가의 소설<터널>이라는 원작이 있다. 원작의 주된 목적은 한 사람을 구출하기 위한 재난 내용 보다는 그 사람을 구출하려 했던 사회와 그 사회가 등을 돌리는 과정에 더욱 포커스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초반 구조를 위한 전 국가적인 지원은 실로 놀랍다. 300명이 수장되는 사이에도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못한 사회에서 살고 있어서일까? 한 명을 구조하기 위한 지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설정에 미안하지만,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대대적인 지원이 정말 초보적인 말도 안되는 실수로 인해 사건이 더욱 어려워지는 지점에서는 더욱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에서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설정이라고는 부실 공사로 인한 터널 붕괴뿐이었다.

또 너무나도 최선을 다하는 구조대장 대경(오달수 분)을 보며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할 까라는 생각이 몇 번이고 들었다. 허구의 내용을 가상으로 연기하는 영화에서는 당연히 어떤 설정이라도 가능하다. 하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SF영화를 보면서도 우리는 충분히 그 설정에 공감할 수 있다. 이는 영화 내부적으로 설정에 당위성을 부여하면 가능해진다. 하지만 관객과의 아무런 암묵적 합의 없이 설정된 상황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의구심만 자아낸다.

아무리 하정우를 위한 영화라지만

실제로 영화의 평가는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사람들의 뒷담화를 들어보면 대체로 정확히 알 수 있다. 관람객의 수만큼이나 영화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겠지만 그럼에도 크게 모이는 분위기라는 게 있다. 영화<터널>을 보고 나오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저렇게 금방 구할 수 있잖아?” 였다. 즉 말은 결말이 너무 쉽게 나버린다는 거다.

2시간 6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에 과연 이 장면이 필요했나? 라는 의구심이 드는 장면이 상당히 많다. 분명 감독은 담고 싶은 이야기들을 위해 취사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크게 공감받지 못하며 너무나 쉽게 영화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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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우리는 영화에서처럼 사회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너무나 쉽게 버림받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감독은 그러한 사회 모습을 빛 하나 없는 터널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를 위해 좋은 연기자와 CG 그리고 자본으로 시나리오를 잘 버무렸다. 하지만 그 맛은 영 씁슬하기만 하다.

링크

https://brunch.co.kr/@sothaul/51

같은 글인데 참 느낌이 다르다. 미사여구가 많아야 꼭 좋은 글은 아니지만 같은 영화를 다른시각으로 쓴 글이라서 링크를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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